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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哭聲)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고 너는 누구인가

-★★★★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곡성. 동생이랑 드디어 보러갔다!!!!!!! 보고나서 든 생각은 혼자 본게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거ㅠㅠ 여러 의미에서 손에 꼽히는 영화였다. 

나홍진감독의 <추격자>를 처음 봤을 때 그냥 상업영화감독이라고 생각했다. 관심을 모을 수 밖에 없는 인물에서 시작했기때문이었다. <황해>를 보고서는 정말 내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영화 보는 내내 기분이 나쁘다가 끝나고 나서 시간이 지나야 영화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를 알 수 있었기때문이다. 그래도 <곡성>은 평론가들로부터 이례적인 높은 평점을 받았기때문에 개봉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믿고보는 이동진님이 별다섯개를 꽝!! 근데 도저히 혼자갈 자신은 없고 주위에 무서운영화 잘보는 사람도 없고... 동생 휴가나온 김에 꼬드겨서 같이 



징그럽고 무서운거 잘 못보는 분들은 처음 시작하자마자 엄청 충격 받을 듯...ㅠㅠ 영화 시작하고 한 30분 정도 계속 나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내고 스트레스받는 영화라는 평가답게 뭐하나 시원스레 설명해주는 법 없이 사건은 계속 전개되기만한다. 일반적인 영화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그 의미를 극대화하기위해서 초반 아름다운 조용한 마을의 풍경이나 따뜻한 사람들을 먼저 묘사하는데 곡성은 그런거 없음ㅋㅋ첫장면부터 계에속 휘몰아치기만하고 나는 그냥 끌려다님. 



영화를 이끌어가는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인물들에대한 부가적인 설명은 하나도 없다는 것도 신기한 점. 곽도원 입장에서만 전개가 되는데, 효진이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놈은 왜 곡성에 찾아왔는지, 일광은 어떤 인물인지, 죽은 사람들한테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대한 설명은 하나도 없으므로 그저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그 '짐작'이 이렇겠거니~하는 당연한 짐작이 아니라, 내가 무지하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닌다는 느낌. 보통 영화에서 관객은 주인공보다 캐릭터에 대해 더 많이 알기때문에 주인공이 무슨 행동을 하려고할 때 나도모르게 그러지마!!라며 뜯어말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근데 <곡성>은 그런게 없어서 내가 종구의 상황에 놓인양 누가 좀 도와줬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그러나, 끝으로 갈 적은 누구이고 무엇을 상대해야하는지, 해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구고 이 끔찍한 상황을 벗어날 수는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게된다. 



어마무시하게 연기 잘하는 효진이. 덕분에 소름 많이 돋았다... 다음영화도 기대한다 진짜


이장면에서 갑자기 상영관에 문제가 생김ㅡㅡ 완전 몰입하고 있었는데 화면이 꺼지더니 10분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시작함. 무슨상황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다짜고짜 ㅠㅠ 하 그때 느낀 스트레스는 진짜 말로 다 못함 ㅠㅠ 보기싫은 장면인데 억지로 또보는 기분... 하 양산 롯데시네마 좀 개선 좀 하세여. 매뉴얼이라도 만들든가.



경찰도 이겨낼 힘이 없고 신부도 뒷짐을 진 이상한 상황, 믿을 곳 없는 중구에게 일광이 해결사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안심할 틈을 주지 않고 긴장감있게 만듬. 황정민이 옷갈아 입는 장면... 와 그때부터 영화가 새로 시작됨. 팔에 소름이 확


영화를 보는 내내 더 몰입하게 만들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 뿐만아니라 음악. 중구가 차몰고 일광에게 가는 길에 음악 들릴 때 진짜 소름돋았다. 영상보다 음향이 더 인상깊은 영화였다. 굿 판을 벌일 때 꽹과리소리에 효진이의 비명소리에 기도하는 소리에...압도당하는 느낌?


영화를 보고 나서 혼란스러웠다. 일광이 외지인이랑 같은 편이었구나. 천우희가 진짜 지키려고 한거였구나. 어쩐지 일광이 굿을 하는데 정승을 찌르더라. 그래서 대체 영화가 하고싶은 말이 뭐냐. 왜 평점 높은지 모르겠음. 이게 결론이었는데 나와서 곡성 결말 검색하자마자 바로 생각바뀜ㅋㅋ


포스터에는 현혹되지 마라는 말만 있지만, 현혹되지마라, 의심하지마라, 확신하지마라. 세 문장이 다 있어야할 것 같다. 


무명이 말하기를 의심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중구는 외지인의 소문을 듣고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 즈음 효진이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목격자로 보이는 무명의 말을 듣던 중구는 어느새 잊고만다. '굿을 하면 안된다고 그랬다'는 무명의 말도 흘려들어 일광을 곡성으로 끌어들인다. 마지막 순간에는 또, 덫을 쳐두었다는 마을의 수호신 무명의 말과 그 말에 현혹되지 마라는 일광의 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죽은 자들의 물건을 걸치고 있는 무명을 뿌리친다. 그 순간 무명이 귀신이라고 확신했기때문에. 일광은 유유히 사진을 찍고 외지인은 악귀의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낀 스트레스는 '인간의 무력함'때문이었다. 이리저리 들리는 소문 가운데서 무엇을 믿어야할지, 당장 괴로움을 해결할 길은 보이지 않고 형체 없는 말만 오가는 상황에서 나를 지켜줄 것도, 나를 지킬 수단도 없는 상황. 그 자체가 절망적이고 끔찍하게 다가왔다. 그러고보면 스포일러는 포스터가 다하고있다.

상황마다 의미가 담겨서 나같은 영화무식자한테는 해석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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